공지사항

제목“집 사기 전엔 차 못 사!” 사장님, 부산 1호 존경받는 기업인 된 사연은?2021-01-13 00:41
“저 말고도 존경받을 만한 기업인들이 부산에 얼마나 많은데요. 부끄러운데, 인터뷰 안 하면 안 됩니까?”

부산 1호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된 유호묵 에스제이이(주) 대표는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직원들이 뜻을 모아 유 대표를 후보로 올렸고, 직원 인터뷰와 현장실사 등 3차에 걸친 평가를 통해 전국 176명 후보 중 10명 수상자에 선정됐는데도 말이다. 지난해에는 특히 ‘국민심사단’이 처음 도입돼 최종평가에 일반 국민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모두 46명의 ‘존경받는 기업인’이 선정됐는데 부산에서는 유 대표가 처음이다.

몇 차례의 요청 끝에 유 대표를 만났다. “구닥다리 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직원들에게 ‘집 사기 전에 차 사면 무조건 퇴사다’ 하고 ‘농반진반’ 각서를 쓰든지 약속을 하라 했죠. 회사 들어오고 5년 되면 무조건 집을 사라고 했고요. 누가 들으면 독재자라 하겠지만, 우리 직원들에게는 제 진심이 통했는지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딱 ‘부모’ 같은 마음이었다. “직원들이 중도금 내려니 돈이 모자란다고 걱정하더라고요. 1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줬죠. 그 후 5억 원까지 주택마련자금으로 뒀는데, 실은 지금 그걸로 모자라서 직원들 모르게 돈을 더 보태 10억 원으로 돌리고 있어요. 무이자로 1인 당 2억 원까지도 빌려줬고요.” 동래에 있던 회사가 기장군 정관읍으로 이전한 뒤로 ‘先(선) 집, 後(후) 자동차령’은 해제됐다.

유 대표는 ‘직원들이 자리를 잡아야 회사도 잘 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기업 하는 사람이 회사 손해 볼 일 하겠어요. 직원들이 성장하게 하고, 자리 잡게 해주는 게 결국 다 회사에 도움이 됩니다.”

목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이기에 ‘내일채움공제’에도 직원들 100%가 가입돼 있다. 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직원과 사업주가 1 대 2 비율로 적립하면 정부가 세제혜택을 줘 최소 5년 만기 뒤 목돈을 수령하게 하는 제도다.

또 회사가 정관으로 이전하면서는 직원들을 위한 스크린골프장, 잔디축구장, 기숙사 등 직원 복지 시설 마련을 최우선에 뒀다. 현재 직원 수는 33명인데, 이 중 3명의 직원이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 중이다.

고용노동부(2019년 기준)에 따르면 중소기업 평균 근속연수가 4년인데, 에스제이이(주)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이보다 배 이상 많은 8년 5개월이다.

올해로 꼭 설립 30주년을 맞은 에스제이이(주)는 2004년 물 절약, 무세제, 무폐수의 친환경 스팀세척기 ‘Optima Steamer’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117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회사다. 미국 지사 외에 34개의 해외대리점을 갖고 있으며 2025년 3000만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정도고, 나머지 70~80%는 모두 해외다. “국내 스팀세척기 시장만 보면 저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예요. 만약 저희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다면 저희 제품이 다 깔리겠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서울 청계천 쪽에 가면 영세한 업체들이 많고 그 업체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업체들도 살아야죠.”

유 대표는 ‘베푸는 일’의 유익함과 행복함을 잘 알고 있다. “예전에는 베풀면 그 덕이 자식에게, 손주에게 돌아온다고 했는데 요즘은 자기한데 돌아온대요. 인터넷으로 세월이 빨라져서요.”

산골에서 어렵게 자라 한국해양대에 진학한 유 대표는 모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크다. “처음에는 회사 30주년 행사를 크게 할까 했어요. 보통 2억 원 정도가 든다더라고요. 해양대에는 1억 원을 기부할 생각이었고요. 그런데 집사람이 행사 하지 말고 2억 원도 같이 기부하면 어떻겠느냐 하던데 그게 낫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지난달 해양대에 3억 원을 기부했다. 유 대표는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와 지난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가입됐다. 유 대표는 (사)중소기업융합부산연합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존경받는 기업인’은 지난해 7월 선정됐는데 그는 최근에야 표창장과 트로피를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으로부터 전달받았고 지역 사회에 알려졌다. “코로나로 너무 힘든 시기였잖아요. 선정 소식이 전해지고 상을 받으러 오라 하고, 방송 출연 요청도 왔던데 차마 못 나가겠더라고요. 곳곳에서 기업들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는데, 차마 나가서 웃고 있기가 죄송했어요.”

선정 기업에는 중기부 63개 사업 참여시 가점 부여, 경영성과급 지급액의 10% 법인세 감면, 근로자의 소득세 50%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출처 : 부산일보] -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